재벌의 불법파견을 방치하자 범죄는 조류독감처럼 퍼져나갔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gabjil119.com)에 불법파견 신고가 빗발친다. 22만명이 일하는 국내 최대 반월·시화공단에는 불법파견업체가 판친다. 직업소개소가 편의점보다 많고, 일자리를 알선하는 '삐끼'가 활개 치는데 노동부는 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신줏단지로 모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신들이 만든 비정규직법에 대해선 한마디 말이 없다. "2년 이상 필요한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규제했더니, 2년마다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으로 규제를 우회하고(회전문 효과) 규제가 없는 사내도급, 특수직 등 간접고용이 늘어난다(풍선효과)"는 유승민의 분석에 대해 두 사람도 동의하는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재벌·노동 공약이 유승민 후보만도 못하다"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비판을 반박해보라.
정유라의 특권에 분노하는 국민도 그런 특권을 가능하게 하는 학벌주의에 대해서는 의외로 둔감한 경우가 많다. 청문회에서 고위공직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 다들 혀를 차면서도 정작 부동산 불로소득을 허용하는 제도 자체를 확실하게 손볼 생각은 안 한다. 제도 앞에서 개인은 수동적이 되어 개혁보다는 적응을 택한다. 심지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쟁취한 특권은 정당하고 나아가서는 특권적 제도마저도 나쁘지 않다고 합리화하기까지 한다. 특권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사회 상층부에 많이 포진해서 그런지, 특권을 개혁하자는 주장을 불온시하기까지 한다.